변호사 칼럼 · 2026. 10. 22.

두 딸 태우고 시속 194㎞ 음주 질주, 탄원서 1135장은 형량을 바꿀 수 있나

만취 상태로 자녀를 태우고 질주해 사망사고를 낸 사건으로 본 위험운전치사의 처벌, 탄원서와 합의의 양형 효과, 유족이 할 일.

사진 romainguy, CC0(Flickr·Openverse)

지난 1월 충남 홍성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11%의 운전자가 4세, 6세 두 딸을 태운 채 최고 시속 194㎞로 달리다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사고가 최근 방송을 통해 다시 알려졌다. 제한속도는 시속 60㎞였고, 운전자는 중앙선을 넘고 신호를 잇달아 어겼다. 오토바이를 몰던 28세 남성은 외상성 뇌출혈로 숨졌다. 운전자에게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고 한다.

블랙박스에는 "엄마 천천히 가"라고 울며 애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 1심은 징역 12년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선고했고, 공소청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남편이 지인 1135명의 선처 탄원서를 냈는데, 일부는 무슨 사건인지도 모른 채 서명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됐다.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혐의를 인정하고 유족과 합의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1. 어떤 죄가 문제 되나

가. 위험운전치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제1항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상해에 그친 경우에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만이 아니라 사고 전후의 운전 모습, 말과 행동, 사고 직후 상태가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이번 사건에서는 과속과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사고 뒤 100m를 더 달린 정황이 모두 그 근거로 쓰일 수 있다.

나. 음주운전죄와는 따로 성립한다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7143 판결

음주로 인한 위험운전치사상죄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는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적용영역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이므로 둘 다 성립하면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사람을 숨지게 한 결과가 무겁다고 해서 음주운전 자체가 그 안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면 재범 가중 규정도 함께 검토된다.

다. 뒷좌석의 아이들

1심이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 것은 아이들을 태운 채 공포에 몰아넣은 행위를 학대로 본 것으로 이해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다. 겁에 질린 아이들의 호소를 무시하고 질주한 운전은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2. 탄원서와 합의는 형량을 얼마나 바꾸나

가. 탄원서는 숫자보다 내용이다

법원은 탄원서의 장 수보다 누가, 무엇을 알고 썼는지를 본다. 사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의 서명은 피고인의 평소 됨됨이를 보여 주는 자료로서도 힘이 약하다. 오히려 이번처럼 서명 경위가 문제 되면 재판부에 진정성 없는 선처 요청으로 비칠 수 있다. 피고인 쪽이라면 가족이나 직장 동료처럼 피고인을 실제로 아는 사람이 구체적인 사정을 담아 쓴 몇 장이 훨씬 낫다.

나. 합의는 유족의 몫이다

사망사고에서 유족과의 합의는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 가운데 하나지만, 합의 여부는 전적으로 유족이 정한다. 합의를 서두르며 연락을 거듭하거나 제3자를 통해 압박하면 2차 피해가 되고 양형에도 불리하다.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형사공탁을 검토할 수 있으나, 유족이 받기를 거부한 공탁을 합의와 같게 보지는 않는다.

다. 보험 가입 사실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민사 배상은 보험으로 이뤄지지만, 위험운전치사는 보험 가입과 관계없이 공소가 제기된다. 1심이 보험 가입을 양형에 고려한 것은 피해 회복 가능성을 본 것일 뿐 처벌을 피하게 해 주는 사정은 아니다. 피고인 쪽에서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혐의를 다투지 않을 부분은 일찍 인정하고, 음주운전 재발을 막을 구체적 계획을 보여 주는 것이다. 차량 처분, 치료 프로그램 참여, 가족의 감독 약속처럼 확인 가능한 자료가 막연한 반성문보다 낫다. 1심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다가 항소심에서 인정하는 방식은 그만큼 진정성을 의심받기 쉽다.

3. 유족이 할 일

가. 재판 절차 참여

유족은 피해자로서 공판기록 열람과 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법정에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피고인 쪽 탄원서가 대량으로 제출됐다면 그 경위에 대한 의견을 서면으로 내는 것도 방법이다. 엄벌 탄원서 역시 사건과 피해자를 아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나. 민사 배상

사망 사고의 손해배상은 일실수입, 장례비, 위자료로 나뉜다. 보험사가 제시하는 금액은 약관 기준이라 소송에서 인정되는 금액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정 같은 개별 사정은 위자료 산정에서 다툴 수 있으니,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산정 근거를 따져 보는 것이 좋다. 형사 합의금을 받을 때에는 그 돈이 보험금과 별도인지, 민사 청구를 포기하는 취지가 들어 있는지 문구를 꼭 확인해야 한다. 뒤늦게 보험사가 형사 합의금을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하겠다고 나서는 분쟁이 생기기 때문이다.

4. 맺음

시속 194㎞의 질주는 운전자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다. 대리기사를 돌려보내고 집에 갔다가 다시 차를 몰고 나온 순간부터 결과는 예고돼 있었다. 법정에서 선처의 근거를 찾기 전에,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2.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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