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40대 운전자가 귀가하던 길에 승합차로 인도를 덮쳐 보행자 3명이 다쳤다. 보도에 따르면 사고는 강원 춘천의 한 삼거리에서 유턴하던 중 일어났고, 60대와 30대 보행자가 중상을, 30대 보행자 1명이 찰과상을 입었다. 운전자는 사고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42.195㎞를 달린 몸은 겉보기보다 훨씬 지쳐 있다. 탈수와 저혈당, 근육 피로는 판단과 반응을 느리게 만든다. 이 사건은 음주나 약물이 아니어도 몸 상태 때문에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고가 인도에서 났을 때 법적 책임이 얼마나 무거워지는지를 보여 준다.
1. 인도에서 난 사고는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 보도 침범은 처벌 특례의 예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업무상과실치상죄나 중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다만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하고, 제4조는 종합보험 등에 가입돼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한다. 흔히 "보험 들었으면 형사처벌은 없다"고 말하는 근거다.
그러나 제3조 제2항 단서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열거한다. 그중 제9호가 도로교통법 제13조 제1항을 위반해 보도가 설치된 도로의 보도를 침범한 경우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음주운전과 함께 이른바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 보도 침범 사고라면 보험에 가입돼 있어도,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나. 중상해라면 더 분명해진다
제4조 제1항 제2호는 피해자가 상해로 생명에 대한 위험이 생기거나, 불구가 되거나, 불치 또는 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에도 보험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번 사고처럼 중상자가 나왔다면 부상의 정도에 따라 이 조항도 함께 문제 될 수 있다.
2.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정은 책임을 덜어 줄까
가. 법원이 말하는 '부득이한 사유'
차가 인도로 올라갔다고 해서 언제나 보도 침범 사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어쩔 수 없었던 경우를 제외한다.
대법원 1997. 5. 23. 선고 95도1232 판결중앙선 침범 사고는 부득이한 사유 없이 중앙선을 침범한 경우를 뜻하고, 부득이한 사유란 운전자가 지배할 수 없는 외부적 여건으로 어쩔 수 없이 침범한 것처럼 운전자를 비난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를 말하며, 이 법리는 보도 침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중앙선과 보도를 넘은 사고라도 그 상황을 운전자가 지배할 수 없었다고 단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기준은 '운전자를 비난할 수 없는 외부 사정'이다. 도로 결빙이나 갑자기 튀어나온 장애물 같은 사정도 쉽게 인정되지 않는데, 운전자 자신의 피로는 외부 사정이 아니다.
나. 피로 상태에서 핸들을 잡은 것 자체가 과실
운전 중 갑자기 의식을 잃는 상황이 정말 예측할 수 없었다면 과실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극심한 체력 소모 직후라면 판단력 저하나 졸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사고 직전 운전자의 상태, 휴식 여부, 운전한 거리와 시간, 평소 지병 등을 따져 '운전하지 말았어야 할 상태였는가'를 본다. 운전대를 잡기로 한 결정 자체가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오히려 그만큼 위험한 상태였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다.
3. 피해자와 운전자가 각각 챙길 일
가. 피해자라면
중상을 입었다면 치료가 먼저지만, 진단서와 수술 기록, 후유장해 가능성에 대한 의사 소견은 형사와 민사 모두에서 핵심 자료가 된다.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과 별도로, 보험 기준을 넘는 손해는 운전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다. 형사 절차에서 합의를 제안받으면 형사합의금이 보험금에서 공제되는지, 채권양도 방식인지 확인하고 서명해야 한다. 블랙박스와 주변 영상은 금방 지워지므로 경찰에 보존을 요청해 두는 것이 좋다.
나. 운전자라면
보도 침범과 중상해가 문제 되는 사건은 보험만으로 형사 절차가 끝나지 않는다. 사고 직후 의료기관에서 진찰을 받아 당시 몸 상태를 기록으로 남기고, 지병이나 복용 약이 있었다면 그 자료도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더라도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데 필요하다. 피해자에 대한 진지한 사과와 피해 회복 노력은 처벌 여부와 양형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 운전면허에 대한 벌점과 행정처분도 따로 진행되므로 처분 통지를 받으면 이의 절차와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4. 맺으며
음주운전에는 모두가 경계심을 갖지만, 지친 몸으로 운전하는 일에는 관대하다. 큰 대회나 야간 근무, 장거리 산행 뒤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충분히 쉰 다음 운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인도는 보행자가 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마지막 공간이다. 법이 보도 침범을 12대 중과실로 따로 묶어 둔 이유를 운전자 모두가 한 번쯤 떠올려 봤으면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6.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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