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 신호에 서 있던 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운전자가 상대 차주에게 뜻밖의 문자를 받았다는 사연이 화제다. 운전자는 바로 내려 사과하고 보험회사를 부르겠다고 했는데, 상대 차주는 갓길로 차를 옮기게 한 뒤 망가진 곳이 없다며 연락처만 받고 떠났다. 다음 날 아침 상대는 "차도 이상 없고 몸도 괜찮은 것 같다, 청심환 먹고 안전 운전하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훈훈한 이야기지만 추돌사고 상담에서 자주 듣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괜찮다고 헤어진 뒤 며칠 지나 상대가 병원 진단서를 내면 어떻게 되는가, 연락처만 주고 헤어져도 괜찮은가, 보험 처리를 하지 않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신호 대기 중 추돌이라는 가장 흔한 사고를 기준으로 정리해 본다.
1. 후방 추돌, 운전자가 지는 책임
정차한 차를 뒤에서 들이받은 사고는 앞차에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뒤차의 과실이 대부분이다. 앞차가 이유 없이 급정거했다거나 후진했다는 사정이 없다면 과실비율을 다투기도 어렵다. 상대가 다치지 않고 차만 긁혔다면 민사상 수리비 배상이 문제가 되고, 사람이 다쳤다면 형사 문제가 함께 생긴다. 차만 부서진 사고도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과실 재물손괴에 해당하지만, 아래에서 보듯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대개 보험이나 합의로 정리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을 범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치상 사고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단순한 안전거리 미확보 추돌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같은 12가지 예외 사유에 들지 않는다.
2. 보험과 처벌불원의 효과
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같은 법 제4조 제1항은 사고 차량이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돼 있으면 치상 사고의 운전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한다. 다만 12가지 예외 사유에 해당하거나, 피해자에게 생명의 위험이나 불구, 불치·난치의 질병이 생긴 경우, 보험 지급의무가 없어진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흔한 경미 추돌이라면 보험 처리만으로 형사처벌 걱정은 대부분 사라진다.
나. 나중에 진단서가 나오면
괜찮다던 상대가 며칠 뒤 통증을 호소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추돌의 충격은 당일보다 다음 날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보험 접수를 해 두지 않았다면 개인 합의를 하거나 뒤늦게 보험 처리를 해야 한다. 사고 직후 상대가 괜찮다고 한 말은 나중의 손해배상청구를 막지 못한다. 반대로 사고와 관련 없는 통증까지 떠안을 이유도 없으니 사고 경위와 충격 정도를 기록해 두어야 한다.
3. 연락처만 주고 헤어져도 되는가
가. 사고 후 조치 의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즉시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같은 인적 사항을 제공하도록 한다. 같은 조 제2항은 경찰 신고 의무를 두되, 차만 손괴된 것이 분명하고 도로 위 위험을 없애는 조치를 했다면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한다. 이번 사연처럼 바로 내려 사과하고 갓길로 옮겨 연락처를 주고받았다면 법이 요구하는 조치는 한 셈이다.
나. 구호 조치가 필요했는지가 기준
대법원은 사고 후 조치 의무를 사고의 구체적인 상황에 맞춰 판단한다.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5885 판결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상해 부위·정도, 사고 뒤의 정황을 종합해 실제로 구호 조치가 필요했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어도 도주치상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을 거꾸로 읽으면, 상대가 다쳤을 가능성이 있는데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떠나면 도주치상으로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는 뜻이다. 판단은 결국 현장의 구체적 사정에 달려 있다.
4. 추돌사고 직후 할 일
가. 가해 운전자라면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상대의 몸 상태부터 묻는다. 연락처는 반드시 직접 주고, 블랙박스 영상과 양쪽 차량 사진을 남긴다. 상대가 괜찮다고 해도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만큼은 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접수를 해 두어야 뒤늦게 통증이 나타났을 때 처리가 매끄럽다.
나. 피해 운전자라면
괜찮다고 느껴도 하루 이틀 몸 상태를 지켜보고 이상이 있으면 바로 진료를 받는다. 상대의 연락처와 차량 번호, 보험사를 확인하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관한다. 합의할 때는 치료가 끝난 뒤 금액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뒤에는 이를 다시 거둬들이기 어렵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5. 맺으며
이번 사연이 따뜻하게 읽히는 이유는 가해 운전자가 먼저 내려 사과하고, 피해자가 그 진심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이 사고 후 조치 의무를 두는 이유도 같다. 사고는 실수로 날 수 있지만 그 뒤의 태도는 선택이다. 작은 추돌일수록 정확한 기록과 성실한 연락이 양쪽 모두를 지킨다. 신호 대기 중 휴대전화를 보다가, 앞차가 출발한 줄 알고 발을 떼다가 나는 추돌이 흔하다는 점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0. 27.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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