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마신 뒤 안전하게 귀가하려고 부른 대리기사가 오히려 위험을 만든 사연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새벽 이태원에서 대리운전을 시작한 지 3분쯤 지나 대리기사가 앞차가 느리다는 이유로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 역주행했다. 차주가 차를 세우라고 했지만 10분 넘게 내리지 않아 경찰이 출동했고, 다른 대리기사를 다시 부르자 처음 기사가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와 요금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 차주의 설명이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그 3분 동안 충돌이 있었다면 법적 책임은 꽤 복잡해진다. 운전대는 대리기사가 잡았지만 차는 차주의 것이고, 차주는 차 안에 타고 있었다. 대리운전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알아 둘 만한 쟁점을 정리한다.
1. 역주행 자체는 어떤 위반인가
가. 중앙선 침범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은 차마의 운전자가 도로의 중앙 우측 부분을 통행하도록 정한다. 앞차가 느리다는 이유로 반대 차선에 들어간 것은 중앙선 침범에 해당할 수 있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범칙금이나 벌점 같은 행정 제재가 주로 문제 되지만, 처벌 대상은 운전한 대리기사 본인이다.
나. 사고가 났다면 처벌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업무상과실치상 사고라도 원칙적으로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면서, 단서 제2호에서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을 위반해 중앙선을 침범한 경우를 예외로 둔다. 이른바 12대 중과실이다.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났다면 종합보험에 들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해도 대리기사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2. 사고가 나면 차주와 업체의 책임은
가. 대리운전 중 동승한 차주는 원칙적으로 동승자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사람에게 배상 책임을 지운다. 대리운전을 맡긴 차주는 여전히 차의 운행자로 볼 여지가 있어 책임 관계가 복잡해진다. 대법원은 대리운전 중 사고로 다친 동승 운행자의 지위를 이렇게 판단했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87221 판결차를 빌려 운행하던 사람이 대리운전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동승했다가 다친 경우, 그는 유상으로 운전을 맡은 대리운전자와의 내부관계에서는 단순한 동승자에 불과해 보호받는 다른 사람에 해당하지만, 차량 소유자와의 관계에서는 다른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즉 대리운전업체와의 관계에서 차주는 운전을 맡긴 승객에 가깝다. 대리기사의 과실로 차주가 다쳤다면 대리운전업체와 그 보험을 상대로 배상을 구할 길이 열린다.
나. 보험은 누구의 것이 먼저 쓰이나
대리운전업체는 보통 대리운전자 보험에 가입한다. 사고가 나면 대리운전자 보험의 보상 범위와 차주의 자동차보험이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따라 처리 순서가 달라진다. 업체가 보험에 제대로 가입했는지, 보상 한도가 얼마인지는 이용자가 미리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라서 문제가 생긴 뒤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다. 다른 차나 보행자가 다쳤다면
역주행 중 맞은편 차량이나 보행자와 부딪쳤다면 피해자는 대리기사, 대리운전업체, 차량 소유자 등을 상대로 배상을 구할 수 있다.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차주가 운행자 책임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고, 차주의 보험으로 먼저 처리한 뒤 대리운전업체와 그 보험에 구상하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차주의 보험료 할증이나 사고 기록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사고가 대리기사의 운전으로 일어났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기록해 두어야 한다. 경찰 사고 조사에서 운전자가 누구였는지가 명확히 적혀야 이후 보험 처리도 순조롭다.
3. 비슷한 일을 겪는다면
가. 차주라면
위험한 운전을 시작하면 즉시 정차를 요구하고, 내리지 않으면 이번 사례처럼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맞다. 블랙박스 영상, 대리운전 앱의 배정 기록, 기사 정보, 운행 시간 기록을 바로 보관해 두어야 한다. 사고가 났다면 대리운전업체에 사고 사실을 서면으로 알리고 보험 접수 번호를 받아 둔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기사와 다투다 직접 운전대를 잡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짧은 거리라도 음주운전이 되고, 그 순간 모든 책임이 차주에게 넘어온다.
나. 대리기사라면
운전을 맡은 이상 승객의 지시와 관계없이 교통법규를 지켜야 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중앙선 침범 사고는 합의로 끝나지 않는 유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요금 분쟁이 있다면 차 안에서 버틸 것이 아니라 업체를 통해 정산을 요구하는 것이 정상적인 방법이다. 경찰의 하차 요구에 따르지 않고 소란을 이어 가면 다른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업체 역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사의 운행 기록과 민원을 관리하고, 이용자가 운행 중 위험을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갖춰야 한다.
4. 맺음말
대리운전은 음주운전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다. 그 수단이 위험해지면 이용자는 갈 곳이 없어진다. 업체가 기사를 관리하고 보험을 충실히 갖추는 것, 이용자가 운행 기록과 영상을 남겨 두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 법규를 지키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
(대온 법률사무소 신동우 대표변호사)
이 칼럼은 2026. 11. 3. 기준 법령과 판례로 쓴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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